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조기유방암

뇌전이 검사, 미리 해보면 안될까요?

슬기엄마 2013. 3. 19. 21:44

20130312 Brain Surveillance in Breast clinic conference.pptx


어떤 스크리닝 검사를 하는 것이

환자에게 이득이 될 것인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일찍 검사해서 발견을 빨리 했을 경우 치료를 잘 해서 생존율이 향상되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방암 수술을 하고 현재까지 할 수 있는 표준적인 조치로 모든 치료를 다 했을 때

현재의 가이드 라인에서 권고하는 검사 간격은 대개 6개월, 

위험요인이 있으면 3개월 간격으로 병원에 내원하게 한다.

3개월 간격으로 검사를 하라는 말은 아니다.

의사가 진료하고 유방 수술 부위를 점검하고 환자에게 다른 불편한 증상이 없는지를 경과관찰 하라는 의미에서 병원에 내원하게 한다.

세계적인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검사항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하고 있는 검사항목보다 훨씬 단촐하다. 미국은 비용이 많이 드니까, 유럽은 국가가 돈을 많이 내야 하니까, 위험요인을 고려하여 검사는 최소한으로 권고하고 있다. 더 이상 검사를 하는 것은 비용 대비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기준을 입증하기 위해 여러 연구를 시행한 바 있고, 결과를 종합하여 현실 지침을 내린 것이라 허무맹랑한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암 진단 최초 5년간 진료비용을 5%만 내도 되는 경우 환자가 지불해야 하는 돈은 별로 많지 않다. 그래서 환자들은 사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조짐이 보이면 검사를 더 하고 싶어 한다. 검사를 하는 것 보다 안하는 것을 설득하는게 어렵다.

가이드라인이 제시하는 것이 모든 경우에 옳은 것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원칙을 제시한다는 측면에서는 그 지시 사항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가 어떤 증상을 한번 호소한다고 해서 왕창 다 검사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의 요인,

호르몬 수용체 상태가 삼중음성유방암이나 HER2 양성 유방암일 때 

젊은 여성일 때 (이 젊은 여성의 나이가 외국 문헌에서는 50세 이하이다. 서양의 유방암 발병 평균 나이가 65세니까. 근데 우리나라는 평균 발병 연령이 46세이다. 이런 역학적 차이를 고려한 '젊은' 나이가 산출되어야 할 것이다)

최초 병기가 3기 이상일 때 (즉 종양크기가 5cm 이상이거나 림프절로 전이가 되었을 때)

뇌 전이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나도 경험적으로 많이 느낀다.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아 뇌전이를 진단받은 환자들은 

뇌를 정기적으로 검사해서 증상이 발생하기 전에 병을 발견했어야 했던거 아니냐고 의사를 원망한다. 

아직까지 증상이 없는 뇌전이를 발견해서 치료했을 때 생존율을 연장하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다. 입증되지 않았지만 제대로 된 연구가 없기도 하다.


이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는

유방암 수술을 마친 환자를 1:1로 나누어 

한편은 정기적으로 MRI를 찍고, 

다른 한편은 지금처럼 증상이 생길 때 MRI를 찍는 임상연구를 하여 

수년간 두 집단간 생존율을 비교하는 것이다. 

정기적으로 검사하여 증상이 없어도 빨리 뇌 전이를 진단하고 조기에 치료했을 때

예후가 좋았다는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이런 연구는 없으며 유사한 세팅의 과거 연구도 없다. 조금 더 진행된 병기에서 항암치료를 하기 전에 MRI를 루틴으로 찍어보았더니 생각보다 뇌전이율이 높았고 이에 대한 조기 치료를 했지만 궁극적인 생존율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연구가 하나 있다.


이런 연구를 할 떄 뇌 MRI 검사비용은 환자가 지불하게 해서는 안되고 연구비로 제공해야 한다. 왜냐면 표준적으로 시행하지 않은 검사를 한 것이기 때문에 환자가 돈을 낼 의무가 없다. 그래서는 안된다. 연구자가 연구비로 제공해야 한다. 암환자에서 뇌 전이 증상이 의심되어 뇌 MRI를 찍으면  보험이 되어 4만원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이걸 연구비로 지불할 경우에는 보험 전 비용인 80만원 가까운 돈을 내야 한다. 경우에 따라 연구를 목적으로 검사비용을 깎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연구가 아닌 경우 한번 찍을 때 총 진료비 80만원을 벌 수 있는데 돈을 덜 버는 연구용 MRI를 찍게 해주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연구를 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위험요인을 가지고 있는 환자라면, 경과관찰군으로 배정되어 연구에 참여하려고 하지 않을 가능성도 높다. 자기 돈 내서라도 검사를 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나 같아도 그럴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검사는 보험이 안될 뿐만 아니라 불법항목에 해당하기 때문에 삭감대상이 된다. 환자가 나중에 심평원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도 인터넷으로 심평원 사이트에 들어가 한번만 클릭하면 우리병원은 5배의 벌금을 내고 환자에게 검사비용을 되돌려 줘야 한다. 환자가 원한다고 검사를 해서도 안된다. 


또 아직까지 무증상의 뇌전이를 적극적으로 치료한다고 해서 생존율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없기 때문에 발견한다 해도 그 다음 어떻게 할 것이냐가 관건이다. 나는 그 상황에서도 임상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증상이 없으므로 경과관찰하거나 아니면 적극적으로 치료하거나 둘중의 하나일 것이다. 그런 두 군의 치료 성적을 비교해야 한다. 모든 치료가 의도치 않게 내포하는 부작용을 감뇌하고서 말이다. 그러므로 여러 모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렇게 임상연구를 시행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과거 자료를 분석하여 유추해볼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세팅을 분석할만한 과거자료도 없다. 이제까지의 기준이 증상이 발생하면 뇌 MRI를 찍게 되어 있었기 때문에, 증상이 없는데 뇌 MRI를 찍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른 임상연구에 뇌전이가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시행했던 경우가 아니라면 해당되는 케이스는 없다. 그래서 대조군 연구도 거의 불가능하다. 


그럼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한 나의 고민을 엮고 공부하여 

오늘 유방암 클리닉에서 이 주제를 발표하였다.


코호트 그룹을 결성하여 뇌전이 위험요인이 높은 그룹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술 후 3년간 6개월 간격으로 MRI를 찍어보는 것을 제안하는 연구였다. 


반응이 별로 좋지 않았다. ㅠㅠ 

이틀 동안 밤새서 준비한 자료를 블로그에 올려 본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데이터가 아니라 논문을 정리한 거라 누군가 공유해도 상관없다. 


어쨋든 세상은 의욕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다.

환자는 좋은 취지로만 잘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