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죽음을 준비하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의 일기장

슬기엄마 2013. 3. 17. 09:51

 

기도했건만

온 가족이 노력했건만

엄마는 힘겹게 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돌아가셨다.

 

아직 많이 늙지 않은 엄마.

아직 많이 크지 않은 동생.

아직 어른이 될 준비가 부족한 나.

인생의 모든 것을

완전히 누리고 이해하고 받아들일 준비를 미쳐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엄마는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를 가지고

어색하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3월 새학기를 맞이하기 전에 시간맞춰서 돌아가신 것 같다.

3월부터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라는 엄마의 당부이실까?

 

엄마의 일기장을 통해

엄마 생애의 마지막 심정을 유추해 본다.

끝까지 자식걱정

진로를 정하지 못한 고등학생 딸과의 실갱이

몸이 좀 나아지만 뭘 해봐야겠다는 결심

그리고 일기장 한 구석에는

몸을 좀 추스리게 되면

나를 만나고 싶다며 내 이름 석자를 적어놓으셨다고 한다.

 

나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환자

그녀의 딸과 몇 차례 상의한 적만 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딸이 엄마의 일기장에 내 이름이 적혀있더라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마지막 여정의 힘든 시간에

누군가가 필요했던 엄마

본 적도 없는 나를 의지삼고 싶어했던 그녀의 고독함이 느껴진다.

 

딸은 나에게 당부한다.

늘 환자들을 많이 사랑하고 아껴달라고.

마음 속 우물에 마르지 않는 샘물이 나오는 것처럼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