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2009 내가 쓴 책

수현 6. 항암치료 3. 유방암 항암치료에 사용되는 항암제의 부작용과 대처방안

슬기엄마 2011. 2. 27. 10:53

유방암 치료에 쓰이는 항암제 중 가장 중요한 약제를 두가지 들라면 독소루비신(혹은 아드리아마시이신)과 탁소텔(혹은 탁솔)을 꼽을 수 있겠다. 이들 약제가 아무리 힘들고 부작용이 큰 약이라 하더라도, 또 아무리 신약이 많아 나왔다 하더라도 이들 두가지 약제가 유방암 치료에 기여한 바는 실로 놀랍다. 그러므로 지금으로서는 이들 약제로 내가 잘 치료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고 누구에게나 힘들게 찾아오는 부작용을 잘 공부해서, 부작용이 찾아오더라도 좌절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작용은 이 시기를 넘기면 거의 다 회복될 수 있는 것들이다.

 

독소루비신 (아드리아마이신, 에피루비신)

 

탈모

 

흔히 빨간 약으로 알고 있는 독소루비신(혹은 아드리아마이신, 에피루비신)을 투여하면 100% 탈모가 된다. 100%. 약제가 투여된지 2주 정도 되면 머리가 솔솔 빠지기 시작해서 다음 치료를 받을 무렵이 되면 뭉텅뭉텅 빠지게 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2주기 치료를 하러 올 때 머리를 다 밀고 모자나 가발을 쓰고 나타난다. 씩씩하게 회복된 혈액검사 수치를 보며 몸이 잘 견뎌냈구나 짐작하지만, 머리를 깎으며 환자가 흘린 눈물, 마음속으로 했을 걱정과 근심, 불안함을 아는 척 하지 못한다. 탈모를 유발하는 항암제들은 치료가 끝나고 4-6주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삐죽삐죽 다시 머리카락이 나기 시작한다. 머리가 빠지는 정도가 치료의 효과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니 머리카락이 좀 덜 빠진다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완전히 빠지지 않고 듬성듬성 머리카락이 남아 붙어있기도 하는데, 외모가 더 흉측해 보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몽땅 깎아버리는 것 같다. 이 약을 끊으면 대부분 머리카락이 날 거니까 조금만 잠고 이겨내자고 말하며 격려해본다. 의학적으로는 머리카락 세포의 생존 주기상 당연히 항암제의 공격으로 손상되어 떨어져 나갈 수 밖에 없고, 약을 끊으면 거의 다 다시 나는데, 탈모되었다고 속상해하고 머리를 깎으며 우는 환자들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다. 아마 그 환자의 눈물의 의미를 다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환자 여러분, 우리 이런 일로 눈물 흘리지 맙시다. 더 힘들고 속상한 일이 생길지도 몰라요. 이건 아무것도 아니랍니다. 머리는 다시 다 나요. 예쁘게.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그러나 사실, ‘머리빠지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했다가 환자에게 크게 혼난 적도 있다. 내가 어찌 그들의 속상한 마음을 다 알겠는가? 난 그래도 말한다.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용기 내세요. 이제 시작입니다라고.)

탈모가 되면 두피에 자극에 되는 파마와 염색은 가능한 피하는 것이 좋고 샴푸도 순한 것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머리를 짧게 자르면 긴머리보다 숱이 많아보이고 풍성해보이는 효과가 있으며 관리하기도 편하다. 머리카락이 몽땅 다 빠지고 나면 자외선으로부터 두피를 보호해야 하므로 자외선 차단제를 두피에도 발라주고 바깥 출입을 할 때는 모자나 두건을 쓰는게 좋겠다.

 

심장기능

독소루비신 계열의 약물은 용량이 누적되었을 때 심장기능을 약화시킬 수가 있다. 그래서 이 약을 투여하기 전에는 기본 심전도와 다른 위험요인이 있을 때 혹은 병원의 진료 정책기준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심장초음파를 기본으로 시행하는 경우가 많다. 심전도에 이상이 있거나 심장초음파상 이상소견이 관찰되면 약의 용량을 감량해서 투여하거나 투여 기간 중 모니터링을 좀더 자주 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 평생 4회에서 6회 정도를 수술 전후로 투여하는 것 정도로는 큰 문제를 유발하지 않는데, 국소적으로 재발했을 때 혹은 전신재발이 발생했을 때에도 다시 이 약제를 쓰면 효과가 좋은 경우가 있어서 재발한 유방암 환자에서 독소루비신 계열의 약물을 투여할 때는 매번 누적용량을 기록하고 환자가 가슴이 답답하다거나 숨이 차다고 할 때 즉시 심장기능 검사를 다시 해야 한다.

이 약제가 유방암 환자에게 우선적으로 선택되어야 하는 항암제이지만, HER2 양성인 환자에서 반드시 사용하게 되어 있는 허셉틴이라는 표적치료제를 써야할 경우, 허셉틴도 심장기능을 약화시키는 약제이기 때문에 독소루비신을 빼고 탁소텔이나 탁솔을 중심으로 약제조합을 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기존에 심장병이 있는 환자라면 자신의 상태를 반드시 항암치료 담당 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혈관염

 

생명을 위협하는 부작용은 아니지만, 의사와 병원 입장에서 아주 골치아픈 부작용이 바로 혈관염이다. 항암제는 투여 중 혈관 밖으로 새어 나가는 경우 주위 조직에 염증이나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큰 염증과 손상을 일으키는 것이 독소루비신이다. 그래서 혈관이 새카맣게 변색되는 것은 물론이요 혈관 자체가 괴사되면서 주위 조직으로 염증이 확산되어 성형외과적인 피부이식수술을 받게 되는 상황이 초래되기도 한다. 정말 으악이다.

말초혈관으로 직접 맞게 되면 혈관이 샐 때 환자들이 심한 통증을 느끼기 때문에 주사를 주면서 아프세요? 아프시면 즉시 말씀하세요라고 계속 주문 걸듯이 말하면서 주사를 준다. 혈관이 새는 순간 통증을 느끼고 아프다고 하면 즉시 바늘로 혈액을 역류시켜 조금 빼고 난 다음 주사가 들어간 부위를 심장위치보다 높게 올려두고 얼음주머니를 대 주면 증상이 호전된다. 바늘을 빼고 투여를 중단했는데도 계속 통증이 남아있으면 아주 가는 바늘인 24게이지 인슐린 주사바늘로 혈관염이 생긴 부위를 중으로 소량의 스테로이드 주사를 놔주면 염증이 가라앉으면서 빨리 호전될 수 있다.

유방암 환자들은 유방암 수술한 쪽으로는 아예 주사를 맞지 않고, 반대쪽 팔에만 주사를 맞을 수가 있는데, 많은 여성들이 그렇듯이 팔의 혈관 상태가 젊은 남자들의 팔뚝에 불끈불끈 솟아오른 싱싱한 혈관보다 훪씬 나쁜 상태이다. 상체 운동량도 부족하고 지방조직으로 혈관이 쌓여있으면 처음 한두번은 어떻게 혈관을 조심조심 찾아서 주사를 맞을 수 있지만, 횟수가 반복되면 혈관들이 위축되고 숨어버려서 항암주사 맞기가 힘들다. 그럴 때는 중심정맥관을 삽입하게 된다. 예전에는 조혈모세포 이식환자들이 하는 히크만 카테터를 주렁주렁 매달고 다니며 주사를 맞았다고 하는데 요즘에는 오른쪽 빗장뼈 아래 피부에 심을 수 있는 케모포트를 넣기도 하고 겨드랑이 혈관을 이용해 말초혈관 중심정맥관을 삽입하여 혈관염을 미연에 방지하기도 한다. 혈관염이 생긴 후 환자가 불평하고 불만을 제기하면 이것이 환자의 생명에 치명적 위험을 초래한 것은 아니나 일종의 의료사고로 처리되고 있어서 참으로 골치아픈 문제가 되고 있다.

 

 

탁소텔 (혹은 탁솔)

 

과민반응

 

드물지 않게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약이 투여된지 몇분 되지 않아 춥고 떨리며 열감이 느껴지면서 입과 목 주위가 붓거나 숨이 차기 시작할 수 있다. 가슴이 조여드는 것 같은 느낌이나 통증이 발생하기도 하고 마른 침이 날 수도 있다. 두드러기나 발진, 가려움 등과 같이 피부변화가 있다가 금새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어지럽고 의식이 변화하며 혈압이 떨어지기도 하는 등의 심각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래서 이를 예방하기 위한 전처치 약물로 스테로이드와 항히스타민제가 있는데 항암제 투여 전날 밤부터 약을 경구로 먹을 수도 있고 항암치료 당일 주사로 맞을 수도 있다. 이러한 전처치 약물의 투여로 탁소텔의 과민반응이 상당부분 예방될 수 있게 되었다. 약물 투여 중 과민반응이 발생하면 즉시 주위의 의사나 간호사에게 이상 징후가 발생하고 있음을 알려서 과민성 쇼크로 진행되지 않게 조치를 해야 한다.

 

피로와 근육통

항암제를 맞고 3-4일이 지나면 온몸이 나른하고 의욕이 없어서 하루 종일 누워있고만 싶을 정도로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어떤 환자들은 몸이 땅바닥에 붙어서 안 떨어지려고 한다고 표현하기도 하고 꼼짝하기가 싫고 숨쉬는 것도 귀찮을 정도이다. 밥도 안먹고 싶고 배도 안고프다. 눈 뜨기도 귀찮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실재로 응급실에 전신쇠약감, 무기력감을 주소로 내원한 환자가 있었는데, 나는 가서 처음 보고 환자가 숨을 안 쉬는 줄 알았다. 환자가 정말 꼼짝을 안하고 누워있었고 내가 뭔가를 물어보고 진찰을 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는 등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일 정도였던 환자도 있었다.

단지 피로감이나 전신쇠약감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항암제로 인한 골수기능 저하에 동반된 빈혈 등이 동반되면서 피로감이 심해질 수 있어, 혈액검사를 하고 수혈을 하면서 보조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이 발생하면 해당 기간 동안에는 사실 환자가 애쓰고 노력해서 좋아질 수 있는 부분이 없다. 가능한 힘든 일은 피하고 가족이나 주취 사람들의 도움을 받으며 지내는 수밖에 없다. 주부라면 집안일을 하는 것이 정말 힘들기 때문에 남편이나 친지들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

비슷한 시기에 전신 근육통이 심해서 처방해 준 진통제를 먹고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통증이 심해 응급실로 오는 환자도 있다. 탁솔이나 탁소텔의 전형적인 부작용이라 아예 항암제를 맞고 귀가하는 환자들에게 아예 3일후부터는 증상이 없어도 미리 드시라고 진통제 처방을 해주기도 한다. 그만큼 전신통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말초신경염

 

탁소텔을 4회에서 6회 정도의 투여하는 것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만큼의 심각한 말초신경염은 발생하지는 않는다. 만약 신경염이 생긴다 하더라도 치료가 끝나면 서서히 호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역시 재발이 되었을 때 다시 사용하여 체내 누적용량이 일정 용량이상 올라갔을 때 불편감을 주게 된다.

차가운 곳에 노출되면 손발저린감이나 화끈거림, 무감각, 통증 등의 감각변화가 더 예민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맨손으로 냉장고에서 그릇을 꺼내거나 찬물을 마실 때, 찬물로 세수하거나 손발을 씻을 때 증상이 더 심하게 느껴지므로 조심해야 한다. 물도 미지지근하게 마시고 세수를 할 때도 미지지근한 물로,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낼 때도 장갑을 끼는 것이 도움이 되겠다. 투약이 반복되면 걸음걷는게 힘들어서 균형잡기가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고, 모래밭을 맨발로 걷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손의 신경염이 심하면 젓가락질을 하거나 옷에 단추를 채우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므로 그렇게 감각이 무딜 때 날카로운 칼이나 가위를 사용하는 일을 조심해야 하고 외출을 할 때는 양말과 운동화를 신는 것이 좋고 맨발로 샌들이나 슬리퍼를 신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요리하거나 설거지 할 때, 화분이나 화단을 관리할 때에도 장갑을 착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환자가 신경염이 심해서 밤에 잠을 자다가 깬다거나 증상 때문에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을 정도로 불편하다고 호소할 때는 일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제를 처방해 주며 경과관찰 해보는데, 100% 증상개선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움이 된다는 환자와 그렇지 않다는 환자가 있어서 1-2주일 정도로 시험해보고 효과가 없으면 그냥 증상이 악화되는 상황을 피하고 견디라고 격려해준다. 탁소텔에 의한 말초신경염은 약을 끊으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는 증상이므로.

 

전신부종 (체액 저류)

탁솔보다는 탁소텔을 투여한 경우에 발생하는 특징적인 증상이다. 3-4회 정도 탁소텔을 맞고 나면 얼굴과 손발이 붓고 푸석추석해진다. 환자들이 평소보다 체중이 3-5kg 정도 증가한다고 불편감을 호소하는데 치료가 끝나면 회복되는 증상이므로 크게 걱정할 것은 없겠다. 너무 짠 음식은 피하고 손이나 발에 부종이 있는 경우에 쉬거나 잘 때 베개나 쿠션을 이용하여 조금 높은 곳에 손발을 올려두면 부종이 빠질 수 있다. 일정한 기간을 두고 체중을 측정하여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이뇨제를 사용하여 증상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할 경우 부종이 폐나 심장에 생기는 경우도 있고 생체 활력징후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체중을 주기적으로 측정하며 진료시 의사에게 상황을 알려주면 가슴 엑스레이 등을 찍고 청진을 하여 저절로 좋아질 수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일시적으로 물을 빼는 데에 도움이 될지 판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손발톱의 변화

 

탁소텔을 맞는 횟수가 늘어나면 손발톱의 색이 검게 변색되거나 누렿게 변하고, 표면에 줄이 생기고 딱딱해질 수 있다. 또 손발톱이 들뜨며 염증이 생기기도 하고 쉽게 부서지거나 빠지는 경우도 있다. 들뜬 정도가 심하고 염증이 생기면 2차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항생제를 추여하는 것이 필요할 경우도 있다. 네일 케어를 받는 환자도 있는데, 사소한 상처가 큰 염증으로 번질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싶지는 않다. 역시 투약기간이 끝나고 2-3개월 정도 시간이 지나면 증상이 호전되고 예전처럼 예븐 손톱이 다시 자라나기 떄문이다. 다만 손발톱이 약해지는 때이므로 발톱보호를 위해 양말을 신고 손톱보호를 위해 집안일을 할 때는 장갑을 착용하는게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