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여행은 좋은 것

슬기엄마 2013. 1. 18. 14:29

 

유방암 치료 중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몸 상태가 안정적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환자들이 저에게 묻습니다.

 

선생님 저 여행가도 되요?

선생님 저 비행기 타도 되요?

 

그럼요!

 

그렇게 물어보는 것 자체가 합격의 요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스스로 여행을 가고 싶은 의욕이 있다는 것,

스스로 생각해 봤을 때 여행을 갈만한 체력을 된다고 생각하니까

저에게 물어보시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아주 특별한 경우 아니고는

여행을 다녀오시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그리고 차트에 꼭 써 놓죠. 어디어디 여행 다녀오실 예정이라고.

그리고 다음 외래 때 다시 여쭈어 봅니다. 여행 어떠셨냐고.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은 한결같이 꿈꾸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너무 좋았다고 말씀하십니다.

가기 전에는 여러 모로 망설여 지는 게 많지요. 돈도 그렇고 계획 세우는 것도 그렇고 집안 일도 그렇고 여러가지로 성가신게 많아서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꼭 가야하나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여행을 가기 전 누구나 그렇듯이.

 

그렇지만

여행을 다녀오면 깨닫게 됩니다.

다녀오길 정말 잘한것 같다고. 그 몇일의 시간이 나에게 정말 중요한 휴식이고 좋은 일상의 탈출이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에요. 병 때문에 움츠러든 마음도 많이 펴집니다. 얼굴 표정도 훨씬 밝아집니다. 치료로, 약으로는 얻을 수 없는 좋은 감정입니다.

 

저는 그 와중에 환자들로부터 여행 정보를 얻습니다. ㅎㅎ

뭐가 좋드냐, 거기 가면 어딜 꼭 가봐야 하냐, 가면 뭘 먹으면 좋드냐 그런 질문을 드리면서 저 나름으로 정보를 얻는게 저의 취미생활입니다. ㅎㅎ

 

새침한 그녀, 어찌나 다소곳하고 말씀이 없으신지 1년 넘게 같이 치료하는데도 별 대화가 없었어요. 아무말없이 그냥 약 맞고 가십니다. 그러던 그녀가 얼마전 터키 여행을 다녀왔는데,터키 가면 어디 가는게 좋냐고 질문하니 소상히 잘 설명해줍니다. 몇일 갈거면 어디어디 몇일 갈거면 거기말고 어디어디 그렇게 분석적으로 정보를 제공해 주시네요. 그런 사람인줄 몰랐습니다.

 

나는 더 넒은 세상에서 사는 존재,

병원은 잠시 들러가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더 멋진 미래를 위해 더 멋진 나를 위해 넓은 세상을 둘러보고 오는 여행의 기회를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여행은 젊은 사람만 좋아하는게 아닙니다.

부모님이 치료중이시면 젊은 자식들이 부모님 모시고 같이 가시면 좋겠어요. 아니면 돈 모아서 부모님 드리세요. 여행 다녀오시라고. 너끈히 잘 다녀오십니다. 젊은 사람들보다 더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지금 한창 추위니까

이번 추위 지나가면

여행 다녀오세요.

그 여행을 갈려고 준비하는 지금부터가 여행이 시작되는 겁니다.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살 수 있습니다.

나를 위한 투자.

아끼지 마세요.

조금 쓰고 삽시다.

쓴 거 보다 더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