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Proton Pump Inhibitor 에 대한 단상

슬기엄마 2012. 12. 12. 23:04

 

속쓰릴 때 쓸 수 있는 여러가지 소화기 약제 중에

Proton Pump Inhibitor (PPI, 프로톤펌프 억제제) 라는 약이 있습니다.

이 약은 위점막 세포표면에 위치하여 위산 방출을 조절하는 프로톤펌프라는 기관의 역할을 억제하는 기능을 합니다.

주사약과 먹는약이 있는데

속이 너무 쓰릴 때 PPI를 주사약으로 쓰면

아주 빠른 시간에 속쓰림 증상이 좋아지는 걸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으로는 아주 놀라운 효과였습니다.

 

PPI는 위궤양, 역류성 식도염에 매우 효과적인 약제입니다.

다만 이 약제를 보험으로 쓰기 위해서는

내시경으로 특정 질환(위궤양, 십이지장궤쟝, 위식도역류질환 등)이 입증이 되어야 합니다.

내시경 소견은 없으나 임상증상이 유사하면 원래 용량의 반 용량을 제한적인 짧은 기간 내에 쓸 수도 있습니다.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소화불량이나 위장관 운동의 불편감을 경험합니다.

대부분의 항암제는 위장관 점막을 헐게 하고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오심, 구토까지는 아니더라도 늘 속이 편하지 않습니다.

항암치료 중인 환자들이 소화기 증상을 호소할 때마다 내시경을 하기 힘들고 또 그렇게 할 의미도 없기 때문에, 저는 내시경 검사없이 원래 용량의 절반 용량으로 PPI를 2주에서 4주 정도 처방해 주곤 합니다. 비교적 즐겨 처방하는 약제 중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런 약제를 장기간 사용할 경우 위산이 알칼리화 되어 위장관 감염의 위험이 올라간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것은 잘 알려져 있는 부작용입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FDA 에서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PPI 합병증으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균 관련 설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음을 주의 권고 하였습니다.

약이 나온지 꽤 오래 되었는데

이렇게 새로운 합병증이 보고되니 약이라는 건 끊임없이 주의를 기울여 처방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번에 처음 알게 된 합병증입니다.

 

그러고 보니

지난 11월 있었던 한 학회에서도

최근 개발된 표적 치료제 중 먹는 항암제를 복용하는 환자에서

PPI의 사용이 항암제 흡수율에 영향을 미쳐 항암제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강의가 있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예를 들어 소세포폐암 환자 중 EGFR 돌연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달려진 Gefitinib 이라는 항암제를 복용하는 환자가

속쓰림이나 위장관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PPI 제재를 장기간 복용할 경우 정작 중요한 항암치료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합니다.

Gefitinib 이외에도 여러 표적 치료제가 비슷한 경우에 해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연구결과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유방암이라면 타이커브가 비슷한 종류로 분류될 수 있겠습니다.

 

제가 내과 전문의 시험을 볼 때 장기간 PPI를 사용하면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에 대해 시험문제가 나왔던 것도 기억납니다.

 

한 가지 약이 안전하게, 자기 용법에 맞게 잘 쓰이도록

용량과 기간, 투여방법 등은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까지도 잘 챙기는 것이 내과의사의 역할인 것 같습니다.

별로 꼼꼼하지 않은 나, 열심히 공부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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