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유방암 환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흰수염고래

슬기엄마 2012. 4. 10. 13:36

이제 사춘기도 지난 슬기,

음악을 좋아한다. (안타깝게도 적성검사에서는 전혀 점수가 나오지 않는다)

유행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취향이 있다.

왜 좋으냐고 물으면 제법 분석적으로 대답한다.

가수, 작곡가, 노래가 태어나게 된 배경, 그 음악과 관련된 에피소드

그런 주변 지식을 동원하여 설명한다.

그 진위 여부가 중요한게 아니니까

나는 슬기의 성장이 신통하고 귀여울 따름이다.

 

차를 타고 어딜 가는데

슬기가 윤도현의 흰수염고래를 반복듣기로 틀어놓는다.

 

: 나도 이 노래 좋아.

슬기 : (창밖을 보며) , 영혼이 상처받았다고 생각할 때 무한반복듣기를 하게 되지

 

슬기도 그럴 때가 있나보구나

 

마술에 걸린듯 그날 이후 나도 이 노래를 무한반복해서 듣는다.

가사를 베껴 써 놓고 보니 매우 단순하다.

그런데 들을 때마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눈물이 울컥한다.

바다로 가는 험한 길이 험하지만 더디게 헤엄쳐 가는 흰수염고래.

우리 누구나 흰수염고래로 살아야 하는 걸까?

 

유방암 수술하고 항암치료 하고 표적치료도 다 마치고 첫 정기검진을 했다.

유방초음파에서 양성 혹이 하나 보였지만

악성 가능성이 거의 없어 6개월 후에 다시 검사해보면 되겠다고 설명했는데

집으로 돌아간 환자는 1주일 이상 내내 울다가 외래로 왔다.

우울감 전혀 없이 씩씩하게 치료 잘 받던 환자였는데

검사 결과를 듣는 순간

무너진 것 같다.

그동안 삶의 긴장을 놓지 않고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 보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왔는데

순간에 무너진 것 같다.

악성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울면서 조직검사를 다시 하게 해달라고 하였다.

약해진 그녀의 모습에 나의 모습이 투영된다.  

그녀에게 이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흰수염고래

 

윤도현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어쩌면 그 험한 길에 지칠지 몰라 걸어도 걸어도 더딘 발걸음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더 상처 받지마 이젠 울지마 웃어봐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너 가는 길이 너무 지치고 힘들 때 말을 해줘 숨기지마 넌 혼자가 아니야
우리도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 헤엄쳐 두려움없이 이 넓은 세상 살아 갈 수 있길
그런 사람이길
그런 사람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