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2009 내가 쓴 책

수현 3. 유방암 수술

슬기엄마 2011. 2. 27. 10:50

암을 진단하고 나면 수술 가능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부 암에서 수술없이 항암치료만으로, 혹은 방사선치료만으로 완치를 노려볼 수 있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유방암도 대개의 암처럼 수술을 할 수 있어야 완치를 기대해 볼 수 있다. 수술을 하지 못할 경우 단기간의 집중치료로 병을 뿌리뽑겠다는 생각을 하면 기대감에 실망이 더 큰 법, 이때는 환자에게 희망과 지나치게 긍정적인 말을 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유방암 수술은 전절제술과 부분절제술이 있는데, 수술을 하면서 유방을 지지하는 근육을 어디까지 제거할 것인지에 따라 수술 범위에 차이가 난다. 암 자체만을 생각하면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능한 주위 조직을 충분히 제거하고 림프절도 많이 제거하는 것이 좋겠지만, 수술 후 후유증을 고려했을 때, 또 유방암의 일반적인 기대수명을 고려했을 때 무조건적인 광범위 절제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래서 변형되어 시행하는 수술이 부분절제술이며 제거하는 근육의 범위가 축소되어 수술 후 정상적인 신체 기능으로 회복되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짧고 환자의 만족도도 높다. 광범위 절제보다 절제 범위가 좁기 때문에 재발율은 높을 수도 있을같은데 정작 완전절제술을 한 경우와 부분절제술 후 방사선을 병행한 경우 두 그룹을 비교해보니, 재발율이나 전체적인 생존율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수술적으로 가능하다면 환자들은 부분절제술을 선호하기 때문에 전 전제술에 비해 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이다. 

 

수술을 마치고 나와 보면 수류탄 크기의 헤모박이라는 이름의 비닐백이 가슴팍에 꽂혀있다. 수술을 하면서 림프절을 제거하고 나면 림프액이 조금씩 새게 되는데 그 액체들이 헤모박을 통해 배액되기 때문에 수술이 끝나도 바로 헤모박을 제거하지 않고, 퇴원할 때도 헤모백을 가지고 가게 된다. 집에서 배액되는 양을 체크해 오면 경과를 봐서 외래에서 뽑으면 되는데, 뽑고 나서도 림프액이 조금씩 샐 수가 있어서 가끔씩 주사기로 소량의 림프액을 빼주어야 할 때도 있다. 환자마다 림프액이 마르지 않고 새는 시간에 차이가 있어서 꽤 오랜 기간 동안 고생하는 환자들도 있다. 

 

수술을 시작할 때 피부를 절개한 라인을 따라 상처로 남는다. 이렇게 절개한 부위의 통증은 수술 후 2년 이상 가기도 한다. 피부를 절개하면서 피부의 잔 신경가지들이 모두 같이 잘려나가기 때문에 통증이 생기는 것인데 신경세포가 서서히 재생되면서 통증이 무뎌지고 견딜만해진다. 일부 환자에서는 절개선이 등까지 연장되어 있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환자들은 등쪽의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에 온다. 사실 그 정도의 통증은 심각한 정도가 아니어서 참을려면 참아볼 수도 있는 정도의 통증이지만, 환자들은 수술까지 다 받고 치료가 종결되었는데도 뭔가 예상치 못한 통증이 찾아오면 재발했을 까봐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때문에 병원에 오는 것 아닌가 싶다.

수술의 원리상 당분간 통증이 간헐적으로 왔다갔다 하게 될 거라며, 심하게 통증이 느껴지면 일시적으로 진통제를 먹는게 도움이 될거라고 설명해주면 그제서야 안심을 하고 진료실을 나간다. ‘재발 때문에 아픈게 아니란 말이죠?’라며 질문에 의사인 내가 아닙니다. 걱정마세요라는 대답을 해주기를 바라며

 

수술 후 재발방지를 위해 항암치료를 하는 환자들은 총 6-8회에 걸쳐 외래에 내원하곤 하는데 이들은 일단 몸에 병이 없다고 보기 때문에 솔직히 말하면 의사입장에서는 크게 진료에 부담을 갖지 않는다. 암세포를 일단 몸에서 몽땅 제거한 다음이라 환자들의 전신 상태가 양호하기 때문에 왠만한 문제들은 환자의 몸에서 스스로 알아서 해결한다. 좀 불편한 증상이 생겨도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별로 신경쓸 일이 없다. 그런 환자들이 외래에 오는데 환자 상의를 다 걷어붙이고 상처에 이상은 없는지, 만져지는 림프절은 없는지 목 주위와 겨드랑이를 검사하시고, 세밀히 유방진찰을 세밀히 하느라 외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선생님이 계셔서 이미 수술을 다 한 환자인데 신체검진을 왜 그렇게 열심히 하시냐고 여쭤보았다. 수술한 자리에서 재발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은데 상처 표면으로 이상 징후가 제일 먼저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눈으로 보는거랑 만져보는 거랑 느낌이 다르고 CT로 보는 거랑 육안으로 검진하는 거랑 다르기 때문에 영상검사를 무조건 믿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하셨다. 매번 림프절을 만져보고 상처를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피부로의 재발을 점검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아무리 건강해 보이는 환자라도 이들은 결국 암환자였구나, 아직 함부로 마음을 놓으면 안되는 환자로구나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환자도 마찬가지이다. 수술도 끝나고 항암치료도 끝났으니 이제 치료의 모든 과정이 종결된 것이 아니라, 자기 관리, 자기 검진을 통해 재발의 조기 징후들을 잘 포착하는 일을 게을리하면 안될 것이다. 식생활도 균형잡인 영양식단으로, 살찌지 않게 (수술 후 체중증가는 재발의 위험을 높힌다고 되어 있으므로) 운동하고, 자가로 유방검진해서 남은 유방에서 다시 만져지는 몽우리는 없는지, 피부에 이상소견이 생기지는 않았는지, 이상한 딱딱한 느낌으로 만져지는 건 없는지 잘 챙겨보시라고 당부드린다. 그래도 여하간 수술을 다 마치신 당신, 이제 치료의 절반은 무사히 통과하고 계신 것 같으니 충분히 격려해드려도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