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2009 내가 쓴 책

수현 14. 유방암을 넘어 새롭게 살아가기 Living beyond breast cancer

슬기엄마 2011. 2. 27. 11:07

Living beyond breast cancer


수술과 항암, 방사선 요법을 다 마친 유방암 환자는 이제 6개월에서 1년에 한번씩 외래에서 재발 여부를 판정하는 검사를 하면서 추적관찰을 하게 된다. 유방암 세포에서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이었던 환자들은 추가로 항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항호르몬제를 복용하는는 기간은 환자가 폐경기인지 아닌지 여부에 따라 복용하는 약제의 종류와 먹는 기간에 차이가 있다. 폐경 전이며 5, 폐경 후이면 10년까지 하루에 한알씩 항호르몬제를 먹는 기간이 더해지지만, 항호르몬제는 부작용이 심하지 않아 비교적 잘 견디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이 거의 없어서 환자들 스스로도 항암치료를 지속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정도이다. 그러나 항호르몬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은 재발 방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반드시 규칙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제이다. (호르몬 수용체가 음성인 경우에는 항호르몬제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워 복용하지 않는다.)

 

힘든 치료를 마치고 나면 유방암 환자들은 마음 속에서 나는 암 환자다라는 생각을 가능한 머리 속에서 지우고 나는 다시 건강한 사람으로 돌아왔다라고 마음을 다잡고 새출발을 하고싶다. 우리나라 유방암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40대 후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사회적으로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유방암을 진단받기 전에 회사생활을 하며 정규직으로 근무했던 사람도 있고, 파트 타임으로 가사일과 병행하여 일을 하는 사람도 있으며, 직접적으로 돈을 버는 일은 아니더라도 집안일과 아이들 교육 등 가족 안정성의 중심축을 이루는 실질적인 주요 멤버들이었다. 치료를 마치고 자신의 일터와 가정으로 돌아온 여성들, 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몸과 예전같지 않음에 놀라기도, 실망하기도, 분노하기도 한다. 치료를 시작할 때만 해도 모두들 나를 극진히 아껴주고 챙겨주는 것 같았는데, 모두들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아직도 치료의 후유증이 많이 남아있고 몸도 예전같지 않다. 수술한 자리에서 통증을 느껴질 때마다 재발의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치료 중에는 가족만한 존재가 없다며 눈물나게 고마웠지만, 일상으로 돌아와서 만나는 가족은 다시 원수로 돌아서는 것 같다.

 

Guidelines for cancer survivor

 

인터넷으로 외국 서적을 검색하다 보면 ‘A Survivor's Guide for When Treatment Ends and the Rest of Your Life Begins’ 류의 책들이 많이 출판되고 있다. 생존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위한 안내서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청이 높아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아직 우리 의료 현실에서는 생존자에 대한 개념이 적극적으로 수용되지 않고 있는 터라,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침서는 없고, 환우회나 동우회에서 환자들끼리 정보를 소통하는 정도로 자신이 개발한 노하우를 전달하며 끼리끼리 도움을 주고 받는 수준인 같다.

 

생존자(cancer survivor)라는 개념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게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아, 암생존자에 대한 정의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미국 암학회에서는 과거에 암으로 치료받았지만 완치되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나 진단 일차 치료를 통해 암이 치료된 사람 뿐만 아니라 현재 암이 진행되고 있는 상태에서 살아가는 환자, 완치 목적이 아니더라도 암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을 모두 생존자의 범주 안에 넣고 있다. 이들 개념 정의에 따르면 말기 암환자로 판단되어 치료를 목적으로 항암 수술을 받지 않기로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두 생존자라는 개념으로 포괄된다. 그만큼 인생에서 암을 진단받고 치료 과정을 겪는다는 것은 단지 병을 앓고 지나가는 것을 넘어선 실존적인 사건이다. 치료를 종결한 환자라도 심리적, 육체적, 사회적 변화를 경험하며 자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영향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적 불편감의 강도가 약해지겠지만 말이다.

의학적으로는 완전히 나았다고 판정을 받은 사람도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건을 겪었다는 자체가 충격이며 정신적 외상(trauma)으로 남아 정서적으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겨내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생존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심리적 스트레스 정도가 높고, 5 이상 재발하지 않고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도 암을 진단받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40%이상 심각한 심리적, 사회적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환자의 10%에서 주요우울증을 진단받게 되고 상당 수가 치료 전후로 적응장애(adjustment disorder) 경험하게 된다. 연구에서는 젊은 생존자들 가운데 20% 외상 스트레스장애로 진단받고 나머지의 45%-95% 가까운 환자들은 외상 스트레스 장애로 진단까지는 아니지만 관련된 증상을 한가지 이상 가지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많은 연구들에서 생존자들은 다른 인구 집단에 비해 적극적으로 자살을 하고 싶다는 느끼는 비율이 높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생존자들은 아주 사소한 증상의 변화에도 암이 재발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되고 평생 낫지 못할 거라는 생각, 아무런 예고없이 암이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사실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비단 마음의 문제만이 아니다.

치료기간이 길거나 치료의 강도가 높을수록 환자의 이전 생활과 치료 후의 생활 사이의 단절이 심각한데, 예를 들면 치료 환자들은 상당 기간 동안 육체적, 정신적 피로함을 경험한다. 피로함(fatigue)이란 치료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특히 완치를 목적으로 광범한 범위를 절제한 수술 후에는 해당 장기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오게 되기까지 주변 기관으로부터의 보조적인 지원을 받게 되고 이러한 보상 작용이 지속되는 만성적인 피로함을 느끼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매우 적극적인 재활 훈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항암치료를 받은 환자의 경우 항암제의 영향이 뇌기능에 영향을 미쳐 ‘chemo brain’이라고도 정도로 신경세포의 피로함이 쉽게 극복되지 않는다. 젊은 생존자들은 어느 정도 기간까지 아이를 가질 없는 경우도 있다.  

 

생존자들은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하고 싶어하지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정기적인 병원 방문이 예정되어 있고 적절한 모니터링을 받아야 한다. 가슴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들은 치료가 끝난 수개월에서 수년 내에 자신의 노력이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방사선 폐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마른 기침과 가끔씩 숨이 차면 빨리 병원에 가서 가슴 엑스레이를 찍고 스테로이드를 먹으며 새로운 부작용에 대한 치료를 재개해야 한다. 호르몬 수용체가 양성인 젊은 유방암 환자들은 정기적으로 체내 여성 호르몬 수치를 체크하여 몸을 폐경기 여성처럼 유지하는 것이 재발을 방지하는 것에 도움이 되므로 항호르몬제를 복용하게 되는데, 이를 복용하기 시작하면 한동안 안면홍조나 관절통 폐경기 증상을 겪게 된다. 그런 증상을 느낄 때마다 이들은 자신이 유방암 환자라는 사실을 잊을 없다. HER2 수용체 양성이거나 삼중음정유방암 환자가 두통을 느낄 뇌로 전이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한다면, 그걸 두고 의사는 환자분께서 너무 예민하신 같다 함부로 말해서는 안될 노릇이다. 이들 유형은 뇌로 전이되는 장기특이성을 갖고 있다는 연구가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치료를 무사히 마쳤는데도 건강염려증 환자가 되어 병원을 전전 긍긍하며 재발 위협에 대한 노예가 되어 수도 없는 것이고, 조기에 재발을 발견하면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충분히 다시 한번 병을 완치시킬 있는 기회가 있는데도 일상에 충실한다는 신념하에 정기적인 모니터링이나 몸의 변화를 무관심하게 방치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생존자들은 두가지 상황에서 밀고 당기기를 하며 이러한 갈등을 마음 속에 품은 살아가고 있다.

 

 

Return to society

 

생존자들은 치료 직장 복귀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2006 미국 암학회 조사에 의하면 치료를 마치고 직장에 복귀한 생존자 가운데 20% 환자들은 1년에서 5 사이에 자신 능력의 한계에 직면한다. 생존자 10 중에 1명은 노동력이 완전히 상실된다. 현재 아무런 증상과 장애가 없는 경우라 하더라도 고용주로부터 차별을 받을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승진 심사를 능력의 한계가 있고 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의구심의 대상이 가능성이 높다. 치료 경력 때문에 건강 관련 보험을 들기도 어렵고 한번 치료를 받은 병원으로 계속 추적관찰을 다녀야 하기 때문에 거주와 직장 이전 문제도 간단치 않다.

다른 암에 비해 유방암은 진단 직장 복귀율이 높은 편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북유럽 지방에서 조사된 유방암 환자들의 유방암 치료 1 직장 복귀율은 75-85% 것에 비해 스페인의 경우 직장 복귀율이 57% 보고되어 비슷한 질환, 비슷한 질병 중증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암환자에 대한 인식의 정도가 다르다는 것을 있다. 2006 미국암학회 저널에서는 미국 유방암 환자들의 직장 복귀율에 대해 조사하였는데, 치료 . 직장생활을 하던 유방암 환자의 80% 직장에 복귀할 있었고 복귀할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는 중의 하나가 고용주의 인식으로, 고용주가 유방암 치료를 부정적으로 생각할 경우 복귀에 어려움이 있고 고용 후에도 차별적 처우를 받는다고 인식되고 있다.

사회로의 복귀가 비단 직장으로의 복귀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일원으로서, 엄마로서, 주부로서 다시 자리잡기, 동년배 친구집단의 일원으로서 어색하지 않게 자리매김하기 모든 복귀의 과정에 다른 이들의 시선이 자리잡고 있다.

 

의사로서는 나는 환자들, 그리고 생존자들에게 다른 이들의 시선을 신경쓰기 보다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격려한다. 그렇지만 생존자들이 씩씩하게 재기에 성공할 있도록 따뜻한 사회적 시선과 제도가 마련되는 것이 절실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