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2009 내가 쓴 책

Healthy mother effect for 경희

슬기엄마 2011. 3. 31. 20:29

다른 병원에서 유방암을 보시는 선생님께 문자가 왔다.
박경희 선생이 결혼했다는 소식에 많은 환자들이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경희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경희는 유방암 환자들 사이에서 공인이 되었다 보다.

시부모님이 경희를 극진히 사랑해주시는 모양이다.
유방암을 이겨낸 며느리라고 더 예뻐해 주신다 한다.
미리 서울시내 8곳의 결혼예식장을 예약해
신부가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때에 결혼할 수 있게 시아버지가 손을 미리 쓰실 정도였다.
경희도 장하고
경희를 사랑하여 결혼한 신랑도 장하고
경희를 친자식처럼 귀하게 여기고 사랑으로 보듬어주신 시부모님도 장하시다.
경희 부모님은 결혼식장에서 참석한 사람들에게 매우 고마워하셨다. 마음 속으로 오만생각이 많으셨을 거다.
참석한 모두가 주말에 열리는 의례적인 결혼식에 참석한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신혼부부를 격려하고 축하해주었다.
내과 교수님들도 많이 오셨다.

난 경희 덕분에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결혼하면 애 낳아도 되요?"
난 유방암과 임신의 예후에 대해 공부하였다.
"미리 난소를 보존해 놓는 것이 좋을까요?"
난 케이스 리포트라도 찾아서 공부해야 한다.

젊은 유방암 환자가 많은 것이 우리나라 유방암의 특징이다.
대개 65세 전후로 유방암이 주되게 발생하는 서양에서는 그다지 고민할 필요도 없고 환자도 별로 없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결혼했지만 아직 아기가 없는 젊은 아줌마들.
아기를 갖고 싶은데 지금 항암치료 호르몬치료를 하면 임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사실 그리 많이 연구되지 않은 영역이다.

다행히 유방암 치료 후 임신을 한다해도 재발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이터는 없다.
오히려 예후가 좋다는 이론이 있다. 예후가 좋은 이유는 Healthy mother effect (건강한 엄마 효과)라니, 논문을 읽으며 내 마음이 푸근해진다.

경희는 지금 몰디브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며 신혼여행중이다.
카카오톡으로 소식을 전하고 페이스북으로 신혼여행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그녀의 행복이 영원하길...

우리 유방암 환자들에게도
지금의 위기를 극복할 힘이 함께 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