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2009 내가 쓴 책

결혼을 앞둔 경희에게

슬기엄마 2011. 3. 19. 18:31

아직도
가끔 눈빛이 흔들리는 그녀
내가 진료실에서 진료하는 환자들에게서도 자주 발견하는 눈빛이다.

모든 치료가 끝나고
6개월에 한번씩 검사만 하면서 경과관찰을 위해 병원에 오시는데,
그러니까 병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고, 일상을 즐겁게 사시면 된다고 말하는데,
그런 말을 하는 순간, 그녀들의 눈빛은 순식간에 흔들린다.
가끔 배가 아파도
가끔 허리가 아파도
살이 조금만 빠져도
그들은 눈빛이 흔들린다.
"괜찮죠?"라는 질문 한번에도
눈물을 뚝.

그런 불안함과 순간 밀려드는 공포.
그런 마음이 얼마나 존재를 불안정하게 만드는지 아마 나는 상상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경희는 그런 마음을 이겨내고 결혼을 하려고 한다.
치료를 마치고, 레지던트로 복귀했을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우리 유방암 파트에 와서 일하며 그녀는 너무 많이 힘들었었나 보다.
나는 힘들어하는 경희에게
혼 내고
언제까지 그렇게 아마추어처럼 굴거냐며
경희가 눈물을 뚝뚝 흘리게 혼내며
다시 일상으로 복귀할 것을 명령했지만
스스로도 그런 내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결혼도 좀 더 있다가 하라고
임신은 좀좀 더 있다가 하라고 그렇게 썰렁하게 말했지만
그 다음은 말할 수 없었다.
우리 모두가 두려워하는 말이니까.

그런 그녀가 다음주에 결혼한다.
많이 축하해주고 싶은데, 왠지 마음 한구석에 슬픈 마음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