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1 - Doctor's life until Feb 2014/2009 내가 쓴 책

수현 10. 젊은 아가씨 유방암 환자들에게

슬기엄마 2011. 2. 27. 11:03

젊은 아가씨 유방암환자들에게 : 사랑과 연애, 모두 다 잘할 수 있다

 

Sex and the City는 네명의 중년 여성들의 사랑과 일, 우정을 다룬 미국의 홈 드라마다. 성이라는 주제가 아주 솔직하게 소재화되었고 하게 표현되었기 때문에 미국이나 우리나라에서 공히 인기있는 드라마로 자리잡은 것 같다. 사실 이 제목을 처음 들었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제목부터가 너무 선정적인 것 아니냐는 생각을 잠깐 했었는데 10년 사이에 나도, 사회도 분위기가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다. 2007년 스토리 중에 주인공 중의 한 명인 사만다가 유방암에 걸려 수술하고 항암치료 받는 이야기가 테마였던 적이 있었다. 화려한 싱글 사만다는 몸매도 좋고 또래 남성들에게 인기도 많았는데 그녀는 자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친구들에게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며 자신의 병과 슬픔을 공개하고 위로받았다. 머리가 빠지는 항암치료를 받으며 가발을 선물받고 좋아하던 모습, 자신의 몸매와 체형의 변화에 매우 민감하던 그녀가 변형 근치적 부분절제술로 유방을 보존하여 만족해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약간 짝짝이 유방이 되었지만 그녀는 아주 만족해 하였다.

알고보니 네명 중 또 다른 한명인 신시아 닉슨은 실재 2006 5월에 유방암을 진단받았고 수술도 일요일에 받아가면서 Sex and the City를 촬영했다고 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투병하였고 2년 후 치료를 마치고 이런 사실들을 공개하였다. 병원에서 파파라치의 시달림을 받고 싶지 않았고 쓸데없는 가쉽에 휘말려 마음의 평정심을 잃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인터넷에서 확인할 수 있는 그녀의 심정이었다.

 

암 환자들의 성과 사랑 문제는 아직까지 의학적, 사회적으로 보편적으로 다루어지는 주제는 아니다. 암이라는 절대 절명의 위협 속에서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 그 모든 과정이 실수없이, 부작용없이 무사히 잘 마무리되고 신체적 건강의 회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하는 것이 투병기간 중 환자의 의무이다. 그리고 재발이 되는지 여부를 모니터링 하면서 최소 5년에서 10년은 경계심을 늦출 수 없기 때문에 성이나 사랑의 문제를 논하는 것이 사치스러운 고민이 아니겠냐 싶은 것이 일반적인 정서일 것이다.

그러나 암 치료를 받았다고 사랑하지 말란 법, 사랑하지 못하란 법 있겠는가? 특히 젊은 환자들일수록 성과 사랑의 문제는 존재의 안정감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문제이다. 그것이 육체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말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치료 과정에 함께 있고 치료 과정의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지지해 줄 때 환자들은 통증과 구토감, 피로감 등을 훨씬 덜 느끼고 치료를 잘 견딜 수 있다. 심지어 사회적, 심리적 지지를 더 많이 받은 환자가 전체 생존률도 좋다는 연구가 있을 정도이다. 상식적으로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치료를 마치고 난 후에도 어려운 일들을 직면하게 된다. 여성에게 유방이라는 기관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를 고려할 때 유방절제술은 대장암 환자가 장 절제술을 받는 것이나 폐암 환자가 폐 절제술을 받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 유방 전절제술인지 변형 근치적 절제술인지에 따라 외형의 차이가 크지만 환자 입장에서 외모에 자신이 없어지는 것은 마찬가지 일지도 모르겠다. 옷 맵시도 그렇고 대중 목욕탕이나 수영장을 다니는 것도 그렇다. 아마도 더 큰 부담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을 부끄러움없이 보여줄 수 있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다행히 유방 성형술이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외형적으로 유방을 예쁘게 복원하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유방복원술은 수술 직후에 하기도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국소적 재발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생각되는 기간에 안전하게 복원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그러나 외형적인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자신감이다. 나는 신체적 결함이 있고, 재발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는 암환자라는 생각 때문에 자신감을 상실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면 제대로 사랑할 수 없고 멋진 남자도 만날 수 없다. 어떤 남자가 그렇게 존재적으로 어둡고 무거운 여자를 사랑하고 싶겠는가. 진짜 사랑은 내면에서 충족되는 것이며 나의 내면 세계를 건강하고 밝은 마음으로 채울 때 멋진 연애와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비록 정신과 의사는 아니지만 이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