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3 - Restart from 2016/영화일기

A walk in the wood

슬기엄마 2015. 12. 6. 06:42

A walk in the wood


늙은 로버트 레드포드가 

아팔래치안 트레일을 걷는 영화. 



트레일을 걷는 것이 영화 거리가 되겠냐 싶겠지만 

하이킹은 은근 재미있는 소재거리다. 



평생 하이킹을 해 본 적 없는 주인공이 

정년을 넘긴 노인으로 살던 어느 날,  

2000천 마일이 넘는 트레일을 걷기로 결심한다.

동기는 그리 명확하게 묘사되지 않고 있다. 

자기 주위의 모든 사람들 모두가 

건강을 위해 뭘 먹어야 하네, 심장병 약을 늘려야 하네, 누구 장례식에 가봐야 하네 

그런 생활에 침잠되어 있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가족들의 걱정과 반대를 물리치고 

그 길을 함께 할 오래된 친구를 찾아 70이 다 된 노인 둘이 하이킹을 떠난다.

한 명은 학자로 성공한 노후, 작가로서 안정된 생활, 그리고 스위트 홈을 두고,  

한 명은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인생에서 도피하고 싶어 

길을 떠나는 셈이다.



같이 하이킹을 하는 동안 

우습고도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지나간다. 

40년 전 20대에 같이 여행을 해 본 적이 있는 그들은

오랜 시간 동안 쌓여있던 둘 사이의 앙금 때문에 싸우기도 하고 

젊은이들에 미치는 못하는 체력으로 여러번 위험과 난관에 봉착한다.

대학을 다닐 땐 비슷했던 그들이 인생 여정동안 삶의 궤적이 바뀌어 있고 

그에 따른 갈등도 여러번 표면화된다. 



그러나 

같이 텐트를 치고 

눈보라를 맞고 

곰을 만나 물리치고 

아침이면 같이 땅을 파고 똥을 싸며 

계곡을 건너다 물에 빠지고 

길에서 미끄러져 산골짜기 아래로 떨어져 고립되고 

그런 장애물을 같이 겪으며 길을 걷는 동안 

경직된 마음이 많이 풀린다. 

둘 모두 마음의 자유를 얻는다. 



영화를 보는 내내

좀 지루하였다.  

시작한 영화니 중간에 그만두면 아쉽다는 의무감에 끝까지 견뎠다 (!) 



그런 내 마음에 보답을 해주는 마지막 장면 



알콜 중독에

여자를 밝히고 

뚱뚱하며 

도무지 계획성과 실천성이라고는 없는 한 친구가



모든 일에 완벽하고

준비성이 철저하며 

남들 보기에 성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다른 친구에게 



아팔래치안 트레일을 걷는 동안 

둘이 함께 겪어냈던 그 소소한 에피소드들을 

몇 단어 안되는 짧은 문장에 담아 

매 코스마다 엽서를 보냈다. 



집으로 돌아온 친구는 말썽꾸러기 친구의 엽서를 받고

여행의 시작과 끝을 되돌아 보며

A walk in the wood 라는 제목으로 책을 쓰기 시작하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나도 

언젠간

그렇게 그 길을 걸어 볼 것이다.

비록 나이 탓에 걸음걸이가 떨려 단숨에 계곡을 뛰어 건너는 젊은이만큼은 못되도

계곡에 빠져 옷을 말리느라 일정이 지체된다 해도 

그 길을 걸어볼 것이다. 


친구가 있으면 좋겠지. 

설령 지지고 볶고 싸운다 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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