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3 - Restart from 2016/나는 슬기엄마

슬기가 살려준 나의 블로그

슬기엄마 2015. 12. 1. 07:57


슬기가 살려준 나의 블로그 



이 블로그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자기 마음 속에만 담아두면 좋을 얘기를 굳이 블로그에 올려 

누군가에게 괜히 꼬투리잡힐 일 만들수 있다는 엄마의 말씀이 맞았다.

100명이 내 글을 읽는다면 95명이 나의 생각에 동의해 준다 하더라도 

내 글을 읽고 심기가 불편한 5명은 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는 것이 엄마 비판의 요지였다. 



그러나 

병원에서 환자를 보던 시절 

나는 환자 한명 한명을 진료할 때마다 

환자의 병 이면에 존재하는 그 사람의 삶을 느낄 수가 있었다.

사소한 듯 그의 한두마디를 통해, 

진료실에서 만난 환자들을 통해,

나는 삶을, 세상을 상상하고 배울 수 있었다. 

환자와의 만남은 내 존재의 한계를 넘어서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외래를 마치고 나면

내 가슴은 뭔가를 말하고 싶은 욕구로 터질 것만 같았다. 

매일 새벽 1-2시까지 글을 썼던 것 같다. 

그때는 내가 그렇게 글을 쓰는 것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었다. 

글을 쓰지 않고는 베길수가 없었다. 



그 시간을 Season 1 으로 묶어 일단락 지었다. 



나는 바로 Season 2 로 전환하지는 못한 것 같다. Season 1 이 남긴 후유증이 컸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내 맘으로 나온 병원이지만 왠지 서글픈 듯한 내 존재를 넘어서기 어려웠다.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짧은 삶의 단상, 웃긴 이야기 등을 페이스북에 남기는 것으로 대신했다. 

그 무엇도 심각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드디어 마음이 좀 단단해 진걸까? 

마침 슬기가 내 블로그를 깨끗하게 단장해 주었다. 

다 말라버린 것 같은 내 마음 한 구석이 조금 촉촉해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루종일 저기압이었는데 

슬기가 나에게 힘을 주었다. 



아마도 예전에 환자들이 나에게 주었던 삶의 감동과 교훈을 다시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새벽 1-2시가 되어도 글을 쓰고 싶었던 그만큼의 열정은 다시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남아있는 인생은 구멍은 가지고 가기로 한다. 



구멍이 있어도 

메우고 사는게 인생이다. 



이제는 Season 2를 시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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