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son 2 - Transition 2014-2015/일상을 살아가다 0.5

아직 밤 샐 수 있다

슬기엄마 2014. 5. 8. 07:10


엄마는

힘들 때 

쏘주 마시면서 견디고 일했던 것 같다.

아빠랑 싸우고 화가 나면 쏘주를 마시면서 집안 대청소, 철 지난 옷 정리를 하셨고

몸이 힘든데 겨울 김장을 잔뜩 해야할 때도 쏘주를 마시면서 하룻밤을 훌쩍 넘겨 혼자 힘으로 김장을 다 하시곤 했다.

허리도 아프고 다리도 아픈데 

아파서 죽겠다고 하면서도 

몸에는 힘이 남아 있어

그 아픈걸 다 견디고 일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서 엄마는 사람이 '힘이 있어야 한다'고 하셨다.



어떤 연구 결과에서도 나왔듯이

허벅지는 근육 뿐만 아니라 지방도 힘이 된다고 하니

아마도 내 힘의 근원은 허벅지가 아닌가 싶다.

뱃심도 나날이 두둑해지고 있다.  

난 아직 힘이 좋다. 

그래서

연휴 내내 베짱이처럼 놀다가 연휴 마지막 밤을 꼴딱 세고 밀린 일을 했다.

'꼼꼼히' 했으면 몇일 걸려도 부족할 일을

'대충' 해서 하룻밤만에 많이 진행했다.  

그제 밤을 세고 어제 낮동안 무사했다. 어제 밤은 평소만큼 잤다. 그래도 괜찮다.

그대신 많이 먹었다. 힘이 들긴 들었나 보다. 



'힘이 있어야 한다'는 말은

'기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가 비록 완벽하게 갖추어진 존재는 아니라 하더지만 

기를 잃지 않고, 

기죽지 않고, 

세상을 튕길 줄 아는 뱃심으로 사는 것이

이기는 삶이 될 것이다.

내 기로, 내 힘으로, 내 안의 비겁한 것들, 부족한 것들을 이기는 삶. 



아직 밤을 세도 견딜 정도는 되는 내 체력. 

기를 잘 모아야지.

누가 날 한두번 찔러도 흔들리지 않고 내 길을 갈 수 있도록 기를 모아야지.



그렇지만 

다음 연휴 때는

이렇게 퍼져서 놀지 말아야지. 

베짱이처럼 놀고 난 후의 후유증은 꽤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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